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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추억록/아들 추억록

2011년 정모수여및 수료식

 

 

 

 

 

 

 

 

 

 

 

 

 

 

 

 

 

 

 

 

 

 

 

 

 

 

 

 

 

 

하나 밖에 없는 아들을 서울로 유학 보내고

두 부부는 고생고생하며

학비를 조달하여 대학 졸업시키고

 

지금은 재벌회사 과장까지 승진하여

강남 아파트에서 명문대학 나온 우아한 아내와

잘살고 있는 아들은 정말이지

이들 노부부에겐 크나큰 자랑이었습니다

 

아들은 여간 효자가 아니어서

명절에는 거의 빠지지 않고

제 식구들을 고향으로 데리고 와서

명절을 보내고 올라가곤 하였답니다

 

우아한 며느리와 공주 같은 손녀딸을 볼때마다

노부부는 동네 사람들에게 늘 으쓱대는

기분을 느끼곤 하였지요

 

아들 내외는 고향에 내려올때마다

아버님 어머님 시골에서 이렇게 고생하시지 마시고

저희와 함께 서울로 가시지요

저희가 잘 모시겠습니다

라고 말했답니다

 

그럴때마다 부모님은 아니다

우리같은 늙은이가 살면 얼마나 더 산다고

서울이 다 뭬야

이렇게 살다가 고향땅에 묻힐란다 하고

사양하였답니다

 

그렇게 말 하면서도 노부부는

언젠가는 서울의 강남에 있는 아파트에서

아들 덕택에 호사하는

자신들의 모습을 상상하며

흐뭇해 하고 하였답니다

 

그러다가 노부부중

아내가 먼저 세상을 뜨게 되었답니다

상을 치르는 동안 내내 아들 내외가

어찌나 애통하게 우는지

동네 사람들도 모두가 가슴이 찡하였답니다

 

초상을 치르고 나자 아들 내외는 또 간곡하게

아버지께 청하였답니다

아버님

이제 어머님도 돌아 가셨으니 어찌 하시렵니까

 

고향집 정리 하시고

저희와 함께 사시도록 하시지요

저희가 잘 모시겠습니다

 

할멈도 떠나간 지금

그도 그렇겠다 싶어

노인은 몇날을 생각타 결심 하였답니다

논,밭과 야산등 모든 가산을 정리하여

서울로 올라갔답니다

가산을 정리한 돈은 아들 내외에게 주어

32평 아파트에서 42평아파트로 옮기는등

처음엔 그런대로 평안하였답니다

 

그즈음 아들은 과장에서 부장으로 승진 할때도 되었고

회사일이 바쁘기도 하여 매일 새벽에 출근하여

밤 12시가 되어서야 퇴근하는

일과가 몇달이고 계속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아들이 모처럼 이른 퇴근을 하여

집에 돌아와보니 집안이 텅 비어

썰렁 하더랍니다

 

다들 어디갔지 라고 여기 저기를 두리번 거리던

아들은 식탁위에서 아내가 써놓은 작은 메모지를

발견 하였습니다

 

메모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습니다

여보 우리 모처럼 외식하러 나가요

밥솥에 밥있고

냉장고 안에 반찬 있으니 꺼내 드세요

우린 조금 늦을지도 몰라요

 

가족을 기다리는 동안  냉장고를 뒤져

맥주를 꺼내서 마시고 있자니

현관앞이 인기척으로 시끄러워 졌습니다

가족들이 귀가 한 것입니다

그런데...

들어 오는걸 보니 아내와 딸 둘만 보이는게

아니겠습니까

 

왜 둘만이지?

둘만이라니..여기 밍키도 있잖아요

아내는 강아지를 남편앞에 들어보이며

활짝 웃고 있었습니다

 

아니 아버님은?

오잉~아버지 집에 안계셔?

노인정에 가신건가?

아버님이 매일 이렇게 늦게 들어 오시는거야?

남편이 걱정스런 눈빛으로 아내에게 묻자

 

으~응...아내는 더듬거렸습니다

사실 아내는 아버님이 몇시에 나가 몇시에 귀가 하시는지

도통 모르고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아내는 노인의 일상에 대해

관심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아들은 아버지가 들어 오실때까지 기다리기로 하고

서재의 책상 앞에 앉았습니다

아내는 그사이 잠이 들었나 봅니다

그때 아들은 책상 한켠에 정성스레 접힌 쪽지를

발견 하였습니다

 

볼펜으로 서툴게 꾹꾹 눌러쓴 글씨

그것은 아버지의 필체였습니다

잘 있거라 3번아 6번은 간다...

 

자정도 넘어 밤은 깊어가는데

아버지는 들어 오시질 않습니다

아들은 머리를 쥐어짜고 생각에 잠깁니다

잘있거라 3번아~6번은 간다???

이 시간까지 아버지가 들어 오시지 않느걸 보면

가출이라도 하신건지...

한데...왜? 왜?

아들은 아버지의 방으로 가 보았습니다

 

(친구와 아버지)

 

 

평소에 빛이 들지 않는 방이라서 그런지

밤인데도 우중충한 그런 방입니다

이쪽 벽에서 저쪽 벽으로  빨래줄이 걸쳐져있고

빨래줄에는 팬티두장과 런닝 두장이 걸쳐져 있었습니다

아버지의 속옷이지요

 

방 한켠에는 어린딸의 옷장도 있었습니다

어린딸이 지겨워 한다며 헌옷장을 새옷장으로 바꿔주고

헌 옷장을 아버지 몫으로 갔다 놓은 것이었습니다

옷장 위에는 돌아가신 어머니의 사진이 있었습니다

정말 순수하고 선한 모습의 어머니였습니다

 

상치를때 영정으로 사용하던 사진을

아버지가 모셔다 놓은 것이었습니다

방 한쪽 구석에는 소반이 놓여 있습니다

소반에는 멸치볶음,쇠고기 장조림,신김치등

뚜껑있는 보시기가 몇개 있었고

마시다 만 반병정도 남은 소주병도 있었습니다

 

아~아! 아버지

아들 며느리 손녀도 있는데 그동안

이곳 골방에서 홀로 식사를 하고 계셨던가요?

아~아! 아버지

며느리도 있고 세탁기도 있는데 팬티와 런닝을 손수 빨고

 이방에서 손수 말리고 계셨던가요?

아들은 고통스런 자괴감에

가슴을 쥐어짜며 눈물을 흘렸습니다

 

날이 밝아오자  아들은 아파트 주변을 샅샅히

뒤지며 노인의 흔적을 찾았습니다

혹시 아파트 주변 어디엔가 밤을 지새운 흔적이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죠

 

그리고 파출소에 아버지의 가출신고를 하고

시골마을 동네 이장님께도 전화를 걸어 보았지만

아버지의 종적을 찾을 수는 없었습니다

3번은 간다 6번아 잘 있거라...

우선 이 암호를 풀어야 아버지를 찾을 수 있을것 같은

조바심을 쳤습니다

 

직장동료,선배,후배 아는 지인등등

현명하다 생각했던 사람들에게 그 뜻이

무엇일까 자문을 구해도 아무도 그 암호를

풀지는 못하였습니다

그리고 또 몇일이 흘렀습니다

 

아들은 이제 부장진급이고 뭐고

암것도 생각이 안나고 오직 아버지를 찾아야 한다는

생각 뿐이었습니다

어느날 저녁 술 한잔에 괴로운 마음을 달래고

귀가중 이었습니다

 

자네 김 아무개 영감 자제 아니가?

아파트 입구에서 어떤 노인 한분이

아들을 불러 세웠습니다

예~ 그런데 어르신은 누구신지요?

응..난 김영감 친구일세

그런데 김영감 요즘 왜 통 안보이시는가?

그리고 자네 안색은 왜 그리 안좋은가?

 

그래서 아들은 못내 창피하긴 했지만

아버지의 가출 사실을 김영감께 알려 주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아버지의 유서일지도 모를

종이 쪽지를 김영감께 내 밀었습니다

어르신 이게 대체 무슨 뜻 일까요?

김영감은 한동안 쪽지의 메모를 보시더니

돌려주며 말하였습니다

자네~ 이게 무슨 뜻인지 정말 모르겠나?

네.....

 

이사람아 자네 아버지가 늘 애기 하곤 했지...

우리집에서는 며느리가 젤 위고

두번째는 손녀딸이고

3번은 자네라 했고

4번은 강아지 밍키

5번은 가정부라 했네

그리고 자네 아버지는 쓸모 없는

6번 이라 하면서

늘~ 한숨짓곤 하였지...

 

그런 쉬운것도 풀지 못한단 말인가???

에잉~ㅉㅉ 김여감은 혀를 끌끌 찼습니다

아들은 그만 눈물을 펑펑 쏟고 말았습니다

 

아버지! 아버지!!

죄송합니다 어찌하여 아버지가 6번이란 말입니까...

1번 아니 0번이지요

흐느끼며 돌아서는 등뒤에 대고

김영감이 한마디 던집니다

 

고향엔 면목없고 창피해서 안가셨을거여

집 근처에도 없고

내일부터 서울역 지하차도에 나가 찾아보자구

나도 힘을 보탬세...

 

아버지라는 존재가 나에겐 무엇인지?

3월이면 팔순을 맞는 울 아버지

그 꿋꿋하고 강한 모습은 팔순 노인이 되셨고

언제 까지 우렁찰 거라 생각했던

목소리는 점차 힘을 잃어 가고 있습니다

 

여러분에게 아버지는 또 어떤 존재인지?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전설 같은 이야기 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