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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추억록/아들 추억록

2010년 동명대학교 입학식

 

 

 

 

 

 

 

사람 사는 일이 다 그럽디다.

 

그럽디다. 사람 사는 일이 다 그렇고 그럽디다.

능력 있다고 해서 하루 열 끼 먹는 거 아니고,

 

많이 배웠다 해서 남들 쓰는 말과

틀린 말 쓰는 것도 아니고,

 

그렇게 발버둥 거리며 살아봤자

사람 사는 일 다 거기서 거깁디다.

 

 

 

백원 버는 사람이 천원 버는 사람 모르고

백원이 최고인 줄 알 고 살면 그 사람이 잘  사는 것입디다.

 

많이 벌자고 남 울리고 자기 속상하게 살아야 한다면

벌지 않는 것이 훨 나은 인생입디다.

 

 

어차피 내 맘대로 안되는 세상,

그세상 원망하고 세상과 싸워봤자 자기만 상처받고 사는 것,

이렇게 사나 저렇게 사나 자기 속편하고 남 안울리고 살면

그 사람이 잘 사는 사람입디다.

 

 

 욕심, 그거 점 百버리고 살면

그 순간부터 행복일텐데 뭐 그렇게 부러운게 많고,

왜 그렇게 알고 싶은게 많은지,

전생에 뭘 그리 잘 쳐먹고 살았다고 그렇게 버둥대는지

내 팔자가 참 안됐습디다.

 

 

 예쁘게 웃던 입가에는

어느덧 싸구려 미소가 자리잡아 있고

 

적당히 손해보며 살던 내 손에는

예전보다 만원짜리 몇장이 더 들어 있습디다.

 

그 만원짜리 몇장에 그렇게도 예쁘던

내 미소를 누가 팔라고 하지도 않았는데

내가 도매로 넘겨 버렸습디다.

 

 

 

그럽디다. 세상 사는 일 다 그렇고 그럽디다.

 

넓은 침대에서 잔다는 것이 좋은 꿈꾸는 것도 아닙디다.

좋은 음식 먹고 산다고 행복해지는 것도 아닙디다.

사람 살아가는 것이 다 거기거 거깁디다.

 

남들도 다 그렇게 살아들 갑디다.

 

 

내 인생인데 남 신경 쓰다보니 내 인생이 없어집디다.

 

아무것도 모르면서 무언가를 살 때

TV 광고를 그대로 믿고, 친구가 그렇다고 하면

그런 줄 알고 살때가 좋은 때였습디다.

 

 

그때가 언제인지 기억도 못하고 살아가고 있습디다.

언젠가부터 술이 오르면 사람이 싫어집디다.

 

술이 많이 올라야 내 진심이 찾아오고 왜 이따위로 사느냐고

나를 몹시 괴롭힙디다.

 

 

어떻게 살면 잘 사는건지?

잘 살아가는 사람은

그걸 어디서 배웠는지 안 알려 줍디다.

 

 

남에 눈에 눈물 흘리게 하면 내 눈에는 피눈물 난다는 말,

그 말 정말입디다.

 

누군가 무슨일 있느냐고 물을 때

나 그날 정말 아무일도 없었는데 어깨가 굽어 있습디다.

 

죄없는 내 어깨가 내가 지은 죄대신 받고 있습디다.

 

 

고개들어 하늘을 보다가 언제인지 기억도 안나고

정말로 기쁘고 유쾌해서 웃어본지가,

그런 때가 있기는 했는지 궁굼해집디다.

 

 

알수록 복잡해지는 게 세상이었는데

자기 무덤 자기가 판다고

어련히 알아지는 세상 미리 알려고 버둥거렸지 뭡니까,

내가 만든 세상에 내가 질려 버립디다.

 

알아야 할 건 왜 끝이 없는지 눈에 핏대 세우며 배우고

배워가도 왜 점점 모르겠는지,

 

 

남의 살 깍아 먹고 사는 줄 알았는데

내가 남보다 나은 줄만 알았는데 돌아보니,

주위에 아무도 없는 것 같아 둘러보니 이제껏

내 살 내가 깍아 먹고 살아왔습디다.

 

 

그럽디다. 세상 사는 일 다 그렇고 그럽디다.

 

왜 그렇게 내 시간이 없고

태어나 살아가는게 죄란 걸 뼈에 사무치게 알려 줍디다.

 

 

망태 할아버지가 뭐 하는 사람인지도 모르고 무작정

무서워하던 그 때가 행복했습디다.

 

엄마가 밥 먹고 "어여가자"하면 어디인지도 모르면서

물 마른밥 빨리 삼키던 그때가 그리워집디다.

 

 

남들과 좀 틀리게 살아보자고 바둥거리다 보니

남들도 나와 같습디다.

 

모두가 남들따라 바둥거리며

지 살 깍아 먹고 살고 있습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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